손글씨 쓰며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 필사책 열풍의 의미와 우려

소설가 박경리, 시인 황지우와 박목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그리고 부처와 예수까지. 온라인 서점에서 '필사'를 검색하면 이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유명 인사들이 남긴 문장을 따라 써볼 수 있도록 모아놓은 필사책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20일까지 출간된 필사책은 무려 189종에 달한다. 이는 2022년의 86종, 2023년의 123종에 비해 괄목할 만한 증가폭이다. 단순히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는 듯한 모습이다.
필사책 열풍, 왜 일어났나?
바쁜 일상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스트레스, 디지털 기기에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려는 현대인들의 욕구가 필사책 열풍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손으로 직접 글을 쓰는 행위는 디지털 환경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촉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하며, 몰입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준다.
또한, 필사하는 동안에는 글의 의미를 곱씹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자기 성찰과 내면의 평화를 찾는 데 기여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깊은 독서인가, 깊이 없는 출판인가? 우려의 목소리도
필사책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유명인의 문장을 따라 쓰는 행위만으로는 '깊은 독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획일적인 내용 구성과 낮은 수준의 편집으로 인해 '깊이 없는 출판'이라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진정한 독서는 책의 내용을 단순히 흡수하는 것을 넘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과정이다. 필사 또한 단순히 글자만 옮겨 적는 것이 아니라, 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과 연결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의미 있는 경험으로 만들 수 있다.
필사, 어떻게 해야 할까?
필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 글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무작정 따라 쓰기보다는 글의 배경과 의미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자신의 생각과 연결하기: 필사한 내용을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여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한다.
- 정성껏 쓰기: 단순히 빨리 쓰는 것보다, 정성 들여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집중력을 높이고 마음을 다스린다.
- 다양한 분야의 글을 접하기: 소설, 시,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필사하며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필사책 열풍은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필사가 단순한 유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독서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